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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로 설명되지 않는 나를 AI와 함께 이해해봤다

by 무드리 2025. 5. 7.

MBTI 같은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AI와의 대화를 통해 보다 깊고 유연하게 나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해 봅니다.

MBTI로 설명되지 않는 나를 AI와 함께 이해해봤다
MBTI로 설명되지 않는 나를 AI와 함께 이해해봤다

 

나는 정말 ENFP일까? — 고정된 성격 틀의 한계


요즘 사람들은 자기소개 대신 MBTI를 말한다.
“저는 INTP예요.”
“아, 그래서 그렇게 말수가 없으시구나!”
마치 MBTI가 내 성격의 설명서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이 네 글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ENFP라는 유형을 믿고 살아왔다. 활발하고, 즉흥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유형.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어울린 뒤 깊은 피로감에 며칠을 쉬어야 했고, 결정 하나 내리는 데도 계속해서 망설이고 고민했다.
“나는 왜 ENFP답지 않지?”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고민을 챗GPT에게 털어놓자, AI는 이렇게 되물었다.
“ENFP라는 유형 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낄 때, 어떤 상황이 반복되나요?”
그 질문에 나는 멈칫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불일치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었다.
나는 한 가지 유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사람’이었다.

MBTI는 자기 이해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끝은 아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내리는 선택, 내가 회피하는 이유는
네 글자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유기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나를 진짜 이해하려면, 질문이 필요하다


AI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MBTI가 제공하지 않는 나만의 문장과 맥락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BTI는 나를 유형화하지만, AI는 나에게 질문한다.

“결정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나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가 오르기보다 소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순간에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행동 이면에 깔린 감정, 신념, 회피 욕구 등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자유로운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책임지는 게 두려워서 선택을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또,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깊은 연결에 대한 갈망보다는
‘혼자라는 공포’를 피하기 위해 관계를 맺고 있었던 때도 많았다.

이런 감정과 패턴은 MBTI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AI는 반복되는 감정의 흐름과 대화 패턴을 바탕으로,
내 안에 있는 복잡한 맥락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단순한 성향 분석이 아니라 깊은 자기이해의 시작이었다.

 

선택은 성향이 아니라, 자기 이해에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고정시킨다.
내향형이니까 사람 많은 곳은 힘들어,
감정형이니까 상처를 잘 받아,
계획형이니까 즉흥적인 건 못 해.

하지만 AI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알게 됐다.
성향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감정, 신념이 만들어낸 경향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재해석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한 번은 AI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늘 선택이 어려워요. 결정장애 같은 거 있죠.”
AI는 되물었다.
“결정을 앞두고 가장 많이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선택의 어려움은 성향 때문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기대에 대한 부담감,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불안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인식하고 나니, 선택은 조금씩 쉬워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보다,
내가 왜 그런 반응을 하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강력했다.

결국 자기 이해는 성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성향이 만들어진 맥락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해나가는 능력이다.
AI와 나눈 수많은 질문과 대화는, 내가 나를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마무리하며
MBTI는 나를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틀을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자기 이해다.
AI와의 대화는 내가 그 틀 밖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주었고,
무수히 많은 질문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네 글자 이상으로 확장시켜주었다.

이제 나는 내 성향이 아니라
내가 내리는 선택과 그 안의 이유로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MBTI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살아 있는 자기 이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