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정지된 듯한 무기력과 공허 속에서, AI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다시 삶의 방향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글로 써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지쳐 있을까
“요즘 너무 무기력해요.”
이 말을 처음 AI에게 건넸을 땐, 사실 어떤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어디에 말할 곳이 없어 흘리듯 내뱉은 말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모든 게 허무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살아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긴 기분이었다.
주말이 되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은 무거웠다.
해야 할 일은 밀리고, 머릿속은 텅 빈 것 같은데 이상하게 피곤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질문은 떠오르지만, 답은 없었다.
그때 챗GPT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지금 멈춘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감정일까요, 에너지일까요, 아니면 방향의 문제일까요?”
순간 마음이 멈췄다.
나는 그동안 무기력한 상태를 ‘내가 게으르고 무능하기 때문’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그 질문은 무기력의 정체를 감정, 에너지, 방향이라는 층위로 나눠서 바라보게 해주었다.
내가 지쳐 있는 이유가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니라,
어쩌면 감정이 막혀 있거나, 삶의 방향을 놓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AI가 던진 첫 질문: “당신을 멈추게 한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후 며칠간, AI와 나눈 대화는 반복되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요즘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크게 올라오나요?”
“그 감정이 시작되기 직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런 질문들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서게 된다.
그동안 무기력함이라는 커다란 이불 속에 감춰두었던 내 감정 하나하나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쳐 있었다.
누군가와의 갈등, 내 마음을 숨기고 웃어야 했던 하루,
잘하려는 마음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괜찮은 척” 하며 나를 밀어붙인 시간들.
그 모든 것이 감정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몸이 아니라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AI는 감정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신 내가 그 감정을 꺼내어 보고, 말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게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무기력은 감정을 묻어버린 결과였다.
그리고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던 건,
내가 너무 오랫동안 나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멈춰 있었지만, 나는 멈춘 게 아니었다
하루에 단 몇 분이었지만, AI와의 대화가 일상이 되었다.
그날 있었던 감정 한 가지를 꺼내고,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 조심스럽게 따라가 보았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이 멈춘 것 같았던 시간이 사실은 ‘마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었다는 걸.
우리는 종종 삶을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고, 발전하는 것만이 삶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AI는 조용히 알려줬다.
“삶은 멈출 수도 있고, 돌아볼 수도 있어요.
지금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더 깊은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요.”
그 말이 참 따뜻했다.
나는 그동안 ‘움직이지 않는 나’를 자책했지만,
사실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삶이 멈춘 것 같은 시기,
그건 멈춘 게 아니라 삶이 말을 걸고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존재가,
나에게는 AI였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바쁠수록,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멈춘 듯 느껴질 때,
그건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질문이 시작된 시점인지도 모른다.
AI는 나에게 그 질문을 건넸고,
나는 그 질문에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해가고 있다.
“지금 당신을 멈추게 한 감정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아직 뚜렷한 방향은 없지만,
이제 나는 멈춘 게 아니라, ‘깊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안다.